과메기
넘버쓰리
2023-12-10 07:11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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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과메기 / 민구식]
며칠째
한나절을 버티던 사내는
인력사무소를 빈손으로 나서
대낮 포장마차에 죽치고 앉았다
반쯤 말린 비린내를 씹으며
초장이 입술에서 술잔으로 옮겨지는 사이--
소주 한 병이 후딱 비워지는 사이
믿었던 이름들이 차례차례 과메기 쌈에 보태진다
시든 언어들만 질기게 씹던 사내는
후련한 듯 신난 듯 갯바람에 거품을 날렸다
녹슨 말들을 꿰어 건 목걸이를 바다에 던지고
엉덩이 때묻은 긴 나무의자를 밀치고 일어선 등 뒤로
싸락눈이 내린다
마른 김 한 장이 바람에 날아갔다
김이 눈에 앉아 젖는 사이
고추장 같은 욕 한 바가지가 또 흩어졌다
이번 생은 조졌어, 왕창 버렸어,
말린 꽁치처럼 뻣뻣한 사내는
덕장의 나이론 줄을 붙잡고
매운 초장과 덜 씹힌 과메기와 이름들이 섞인
재수없는 이번 생의 신 냄새를 꺽꺽 토해낸다
겨울 눈썹달이 외면을 한다
며칠째
한나절을 버티던 사내는
인력사무소를 빈손으로 나서
대낮 포장마차에 죽치고 앉았다
반쯤 말린 비린내를 씹으며
초장이 입술에서 술잔으로 옮겨지는 사이--
소주 한 병이 후딱 비워지는 사이
믿었던 이름들이 차례차례 과메기 쌈에 보태진다
시든 언어들만 질기게 씹던 사내는
후련한 듯 신난 듯 갯바람에 거품을 날렸다
녹슨 말들을 꿰어 건 목걸이를 바다에 던지고
엉덩이 때묻은 긴 나무의자를 밀치고 일어선 등 뒤로
싸락눈이 내린다
마른 김 한 장이 바람에 날아갔다
김이 눈에 앉아 젖는 사이
고추장 같은 욕 한 바가지가 또 흩어졌다
이번 생은 조졌어, 왕창 버렸어,
말린 꽁치처럼 뻣뻣한 사내는
덕장의 나이론 줄을 붙잡고
매운 초장과 덜 씹힌 과메기와 이름들이 섞인
재수없는 이번 생의 신 냄새를 꺽꺽 토해낸다
겨울 눈썹달이 외면을 한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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