나비의 슬픔 > 디카폰카 갤러리

[나비의 슬픔 / 이월주]

예쁘게 코디하고 이 꽃 저 꽃
찾아다니면서
달달함 맛도 보고 좋겠다
그러다가 싫으면
살랑살랑 떠나면 되잖아

우리 인간은
사랑이라는 코뚜레가 채워져 있어서
서로 견제하며 살거든

벗어나려고 발버둥 치면 여기저기 상처뿐이고
남은 건 아픔뿐이야

사랑의 굴레를 몰래 벗어나려고 하면
어떻게 아는지 상대가
사정없이 고삐를 잡아당기지

얼마나 아픈 줄 아니?
들판에서 일하다가
잠시 쉬는 소들에게 물어봐
그들은 알 거야

아픈 게 무서워서 도망도 못 가고
고된 일을 하면서도
조그만 주인에게 고분고분하잖아

공갈 젖꼭지 입에 물고
웃고 사는 아가처럼
쭉쭉 빨고 다니는 네가 정말 부러워

아고!~~ 인간아 그렇지 않아
넌 집도 있고
평생을 함께할 당신도 있지만
난 장똘뱅이처럼 홀로 사는 떠돌이야

외로워서 훨훨 날아다니지
이 꽃 저 꽃 찾아 나서다 보면
괴롭고 외로움도
잊고 살거든

고삐줄 풀고 나면 좋을 줄 알지?
그때부턴 후회할지도 몰라
코뚜레 끼고 그냥 살아
그게 행복한 삶이니까 알았지?

넌 아직 몰라 나비의 슬픔을..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