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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여행&지역] 혹시라도

오늘의詩人 레벨
2024-03-15 14:04 476 0 1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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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혹시라도 / 맹태영]
 
“엄마 우리도 넓고 깨끗한 이 아파트로 이사 오장!”
 
초등학교 이 삼학년쯤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가
사십 대쯤으로 보이는 거구의 엄마에게
쌓인 눈도 녹일 듯
잡은 손을 흔들며 혀 짧은 소릴 내는데
 
“우리 아파트랑 똑같은 평수다!”
 
무능을 변명하는 말인지
두 번 다시 그 이야기는 꺼내지 말라는 협박인지
잡은 손을 뿌리치는 모습이 서릿발처럼 차다
 
그 순간 주마등처럼 우리 집 모습이 지나간다.
 
읽지 않는 책
고장 난 전자제품
색 바래고 유행 지난 옷
세일이라 싸다고 사 놓은 휴지
명절에 여기저기서 받은 선물꾸러미
홈쇼핑과 배달앱으로 시키고 남은 빈 박스
 
‘혹시라도 시간이 나면 읽고 고치고
언젠가는 쓰겠지’라는 생각들이
집을 채워가고 있다는 마음에 얼굴이 붉어진다
 
난 오늘 참회의 봄꽃을 피웠다
미련과 욕심 사이의 섬
혹시라도島에서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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